검은양의 유사일베교육자료 9 에 답하노라 일반비평집

유사 일베 교육 자료 9

‘녀석’이라고 과분하게 대접해주니, 격에 맞게 김춘수 시인 풍으로 ‘놈’이라 불러주고 싶지만, 격을 높여 ‘자네’라고 부르더라도 과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쓰레기라는 뜻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 쓰레기라는 뜻이니 너무 노여워 마시게. 어떤 이는 졸릴 때 베개로도 쓸 수 있고, 책을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는 반면교사라도 된다는 의미에서는 사용가치가 전혀 없지는 않네. 더구나 자네 같이 입맛에 따라 골라 읽는 특이한 재주를 가진 자에겐 이현령 비현령 할 수 있는 샌델의 책이야말로 찰떡궁합 아니겠는가?

오지리의 어떤 역사학자가 불교 스님의 입을 빌어 이런 말을 하였다네. “누군가 자신에 대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힘세고 용감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다’라고 말한다면 모두들 한결같이 그를 비웃고 어처구니 없어 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나’라는 말 대신 ‘우리’를 사용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힘세고 용감하고 재주가 뛰어난 민족이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모두 열광하며 박수를 치고는 그를 애국자라고 부른다.”

마이클 샌델이 책 이름을 ‘정의’라 했대서 내용 자체가 ‘정의’롭게 되지는 않네. 20년 가까운 하버드 강의로는 ‘정의’의 내용은 쓰레기가 아니라는 조건을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만족시키지 못하네. 나는 (유사일베자료 6) http://thinknew.egloos.com/5837455 에서 샌델의 ‘정의’를 쓰레기로 단정한 이유를 “내가 행해야 할 미덕을 상상의 공동체가 결정하다니, 끔찍하지 않아요?"라는 짧은 댓글로 압축하였네. 샌델 '정의'에 대한 더이상의 비평은 글자의 낭비라고 생각하네. 자네는 이제껏 거기에 대해 아무런 답글도 없었네.

하버드에서 20년 강의했으므로 쓰레기가 아니라는 (그걸 구상유취 또는 어린애 젖비린내 난다고 한다네. 조금 어려운 용어로 권위에의 오류라고 부른다네.) 자네에게서 그럴 듯한 답글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점은 이해하겠네. 그러나 샌델의 ‘정의’의 내용에 대한 비판은 고사하더라도 '유사일베'의 내포와 외연이라도 먼저 정의해 보지 않겠나? 그리고 '무식하다'란 개념의 객관적 기준도 제시해 보지 않겠나? 골라서 읽고, 마음 드는 곳만 밑줄 치는 자네의 능력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해서 묻는 바이니, 요것만이라도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하겠네.


덧글

  • Mediocris 2015/04/04 23:00 #

    404쪽 짜리 2010년 김영사 판 번역본이나 308쪽 짜리 2009년 Farrar, Straus and Giroux 판 페이퍼백 모두 베개로 쓰기에도 얇다는 아내의 비공개 항의가 있었지만, 본문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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