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과 대선의 정치학 정치경제집

어린 형제들끼리 장난치던 중에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춘란 화분을 동생이 깨뜨렸다. 겁에 질린 동생은 자지러지는데 황급히 들어온 어머니는 난분 깨뜨린 동생보다 동생들과 장난친 맏이를 나무랐다. 억울한 맏이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린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잠자리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맏이를 껴안았다. 어머니의 나무람과 껴안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맏이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재산과 제사를 이어받는 맏이는 그렇게 자라는 법이다.

정치판이란 진흙탕에서 같이 뒹굴었는데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을 여당은 의외의 패배로 야당은 역전 한판승으로 받아들였다. 과연 그럴까? 체포동의안은 인신 구속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동의하는지 묻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대서 정두언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그야말로 인민재판이지 투표가 아닐 것이다. 세상 천지 삼권분립 민주국가에서 혐의자의 범죄를 국회가 표결로 확정한다는 말을 들어본 바가 없다.

정두언 체포동의안 표결은 의원의 양심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였던 셈이지만, 양심은 고사하고 정치판의 썩은 속살만 드러내고 말았으니, ‘박지원이나 이재오는 정두언 체포동의안에 찬성했을까?’라는 호기심조차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평균 이하의 악인을 모방하면 희극이 된다고 했다. 오십보 백보인 야당의 일방적인 여당 비난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똥 덜 묻은 강아지가 똥 더 묻은 강아지 비웃고 나무라는 코미디다.

애당초 정두언 체포동의안은 형사소송법의 흠결을 파악하지 못한 검찰의 무리수였다. 1심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박주선과 정두언을 같이 올린 것도 편싸움이라는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의 혐의를 흘리며 체포동의안을 밀어부친 검찰의 장난에 의원이란 작자들은 국민의 눈과 귀가 무서워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끌려 다녔다. 제대로 정신 박힌 의원이라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의 입법 정신을 내세워 당당히 맞서야 했다.

그러므로 체포동의안의 잘못을 지적한 쇄신파 김용태의 항변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법을 만든다는 자들이 법을 외면하고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려 했다면 무기명 체포동의안 표결의 예상치 못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된다.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 하나 없는 야당이 무기명 표결의 모든 책임을 여당에게 미루는 짓은 후안무치의 극치다. 급기야 경쟁자에게 엉뚱한 화살을 날렸던 야당의 대선주자들을 우스개로 만들고 말았다.

김두관, 박근혜는 독재자 딸 아닌 독재자
http://news.nate.com/view/20120710n07109
뉴시스 기사전송 2012-07-10 09:51

손학규, 박근혜 무언정치보다 더한 독재는 없다
http://news.nate.com/view/20120712n35961
연합뉴스 기사전송 2012-07-12 22:05

부결 주도 南·金(남경필·김용태) 대선 승리 위해 동료 의원 희생양 만들 수 없어
조선일보 입력 : 2012.07.1303:1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3/2012071300223.html?news_Head1

무언했다는 이유만으로 독재자가 되었던 박근혜는 정두언 체포동의안 표결로 무언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 박근혜가 무언했다는 이유만으로 불통이니 독재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무언의 독재자였던 박근혜에게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이 안겨준 진짜 소득은 바로 이것이다. 그야말로 박근혜의 말 한마디로 새누리당을 움직이는 독재의 면허장을 쥐어준 꼴이 되었다. 무언의 박근혜를 비난하던 야당은 박근혜의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정두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박근혜의 발언도 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당 지도부도 대통령 후보도 아닌 박근혜가 간단한 복도 기자회견 몇 마디로 당원 전체에 강력한 `지침’을 내렸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박근혜가 자신의 대권을 위해 같은 헌법기관인 동료 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결단을 압박한 것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사당’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독재자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두언 체포안부결 후폭풍 정면돌파
http://news.nate.com/view/20120713n09923?mid=n0208
연합뉴스 기사전송 2012-07-13 11:07 최종수정 2012-07-13 11:23

무엇보다 딱하고 안타까운 것은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재로 삼아 새누리당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민주통합당의 안이한 태도다. 아직도 민주통합당은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이 축배가 아니라 독배임을 모르고 있다. 자신들만이 축배를 드는 파티장 바깥에는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있음을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이들은 누구인가? 무조건 야당 지지하는 다음 아고리언들도, 뉴데일리의 정신 나간 기사에 무조건 박수치는 꼴통들도 아니다.

이들은 체포동의안 부결은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반 이상의 의원이 부결에 참가한 야당의 책임과 반성의 움직임도 읽어내는 지적 자존심이 강한 침묵의 유권자들이다. 선거공학적으로 분석하면 35%의 여당지지자와 35%의 야당지지자는 무슨 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을 확고한 지지층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0%의 중도 또는 관망 성향의 유권자들을 누가 더 끌어들일 것이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야당은 이들을 바보로 보고 있다.

낙승이 확실하다던 4.11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만 매달려 김용민이라는 악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패배를 자초한 민주통합당이 아닌가? 정두언 체포동의안이 자신들의 전리품인 양 착각하는 이들은 아직도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환상에 젖어있다. 마실 때는 독주가 달콤했겠지만, 눈떠보면 엉뚱한 전봇대 밑에서 옷 벗고 잠자는 정치적 낭만주의자들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민주통합당은 불과 몇 개월 전의 교훈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특권 포기 반란표 30~40명, 민주당 초선들 부메랑 우려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677/8755677.html?ctg=1000
중앙일보 입력 2012.07.14 02:03 / 수정 2012.07.14 02:41

혹자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잘못 이끌어 기소되고, 악법도 법이라며 죽었다고 믿고 있지만, 소크라테스 죽음의 진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5000인 민회가 주도한 중우정치에 대한 저항이다. 지금 민주통합당은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을 새누리당의 책임으로 돌리며 축배를 들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마시는 축배의 진실은 대의 민주주의 아닌 참여 민중주의라는 독배다. 이는 30%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얕보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짓거리다.

문재인과 손학규가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면 민주통합당의 안이한 대처를 질타했을 것이다. 그들이 야당의 책임을, 아니 더 큰 책임을 반성했다면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빨아들여 단번에 선두주자로 부상했을 것이다. 그들은 진영논리에서 빠져 비판으로 날아갈 지지자들의 표만 계산하고 뻔하고 쉬운 길을 택했다. 상대의 페널티 실축을 비웃는다고 경기를 이기지 못한다. 경쟁자의 곤경을 즐기는 문재인과 손학규가 박근혜를 이길 수 없는 이유다.


덧글

  • dyanos 2012/07/16 10:05 # 삭제

    민주당의 대권 후보분들이 전혀 민주당 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실망을 금치못하겠더군요 ㅜㅜ 최근의 진보통합당 문제에 대한 대처 역시 실망이구요.
    나름 정치 오래하신 분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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